일상

[일본생활 +1232] 2월 29일

woodisco 2024. 2. 29. 22:25

 


photo by woodisco



다들 왜 이렇게 헤어짐에 익숙한 거지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. 여기서 끝을 내기보다는 작게나마 이 연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말이다.
지금까지의 수많은 대화와 만남들이 헤어짐 앞에서는 왜 이렇게 무기력해지는지.
그냥 나는 감수성이 풍부하고 작은 만남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고, 나 자신을 그렇게 과대평가해 온 것 같다.
이제 그 이유를 난 안다. 내가 왜 그렇게 사람에게 목을 매왔는지 그건 바로 외로움이었다.
지나치는 눈길 한 번에 꼬리를 흔들고 진심 없는 말 한마디에 바로 배를 뒤집고 좋아라 했던 지난날의 과거가 왜 이렇게 슬프게 느껴지는지.
자신의 울타리가 단단한 사람들은 그 어느 순간도 절실하지가 않다.
반면 나처럼 울타리가 존재하기는 할까 아니면 다 부서져 허울만 남은 채 제 기능을 상실한 거 같은 울타리를 가진 사람들은 단 한순간도 절실하지 않은 순간이 없다.
그저 나를 바라봐 주세요 관심과 애정을 구걸하며 언제든 꼬리를 흔들 준비가 되어 있는 버림받은 강아지처럼 말이다.
이제 그게 얼마나 나 자신을 비참하고 수치스럽게 만드는지 잘 안다. 다행히 비교적 어린 나이에 깨달은 것 같다.
하나도 아쉽지 않은 척, 쿨한 척하는 내 모습이 이제는 익숙하지만, 가끔 억지로 참고 있던 감정들이 툭하고 튀어나올 때가 있다.
그럴 때는 왼팔에 타투를 보며 다시금 내 처지를 상기시킨다.
다시는 버려진 강아지처럼 행동하지 말자. 다시는 기대하지도 말고 상처받지도 말자라고 다짐하며 새겼던 레터링.
이 타투를 새길 때의 그 마음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.